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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야 비공개...

0하현달0 2024. 1. 16. 00:56

-17세까지
그는 부모도 무엇도 모르는 상태로 아주 어릴 때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일말의 양심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 그가 버려진 곳은 성 앞이었으며, 멋대로 나들이를  나온 다섯 살짜리 아이가 제 동생으로 삼고 싶다며 냅다 성 안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집에는 자식이 여자 뿐이어서 다음 백작이 될 사람이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까 하던 차에 그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평화로운 나날이었습니다. 그 가문은 양 수인의 가문이었고,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고 꼬리도 짤막했던 그는 그 안에서 제 종족이 양 수인이라고 알고 있는 상태로 자랐습니다. 머리도 몸놀림도 꽤 좋은 편이었기에 가문에서 요구하는 무예, 학문 등을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살던 열두 살 여름의 어느 날, 그에게는 갑작스러운 비극이 찾아왔습니다. 몸이 성장하며 양 수인이 아닌 드래고즈의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튀어나오기 시작한 검은 날개며, 양의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긴 꼬리까지, 그것들은 그가 양 수인이 아닌 드래고즈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의 양부모도 그가 드래고즈라는 사실을 회피했습니다. 그야, 드래고즈는 용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종족이자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종족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완연한 드래고즈의 형상을 띈 16세의 겨울, 그 때부터 양부모의 노골적인 회피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인들은 그 전부터 그랬지만, 이제는 양부모로부터의 따뜻함도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 가문에서 그를 피하지 않은 것은 처음에 그를 데려온 사람 뿐이었습니다. 결국 17세의 가을에 그는 저를 데려온 사람에게 이 집에서 도망칠 계획을 알려주고 나침반 겸 시계와 옷가지 등을 받아 밤에 도망치는 것에 성공합니다.

-길을 잃는 것
드래고즈는 다른 종족들 사이에서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불리며 싸늘한 시선을 받아왔습니다. 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제 종족이 양 수인인 줄 알았던 어렸을 때에는 차별을 받거나 수군거림을 듣지 않았지만, 열두 살 때부터 서서히 드래고즈의 모습이 드러나자 곧바로 좋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었고, 그는 그 이후로 자신에 관한 좋지 않은 이야기나 시선을 받을 때마다 어디론가로 피했습니다. 꽤 오래 살아서 다 외운 성의 길을 잊어버렸다며 창고에 틀어박혀 있거나 일부러 빠져 죽지 않을 정도의 강에 발을 헛디뎌 빠진 것처럼 빠져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한다면 형식적이더라도 따뜻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은 성격과 생활 방식에 대한 주저리...
그에게 어른이란 멀고도 가까운 것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저택이 제가 평생 머물 곳일 줄로 알았다. 기억나지도 않는 한두 살의 생활은 그가 알 바가 아니었다. 저택으로 온 후, 그에게는 푹신한 잠자리와 따뜻한 식사, 몸 안을 가득 채우는 충만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배운 대로 몇백 년이고 이 저택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믿었다. 일련의 교육을 끝내고, 먼 미래에 어른이 된다면 이 저택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내 종족은 양 수인이다.
그러다가 점차 시간이 지나고, 열두 살, 열네 살, 그리고 열일곱 살. 그의 세상은 그대로였다. 변한 건 그 자신 뿐이었다. 그가 변하니 주변 사람들도, 일상도 바뀌었다. 그를 가득 채우던 충만함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졌다. 따뜻한 생활은 기억 속에만 박제되어 있을 뿐이다.
솔직히 그런 생활로 돌아가기 싫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어느 누가 풍족한 생활을 거절하겠는가?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자신이 아끼던 가족들과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도망치듯 나왔는데, 그립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기에 그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열두 살 이전의 자신으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어린아이로. 과거로 회귀하고 싶기에 어른이 되고싶지 않아한다.
그는 미래가 두렵다. 어떻게 변할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바뀌는 것도 두렵다. 바뀌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에게 예상치 못한 변화란 매번 혼돈을 가져다 주는 존재였다. 자신이 드래고즈임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린 날부터 주변의 환경은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변했다. 가출 또한 미성숙한 그에게 생활 방식의 완전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부가 설명]
-고든 백작가
수인 왕국 영토의 변방에 자리한 귀족 가문. 작위는 백작이지만 대영주답지 않게 다른 백작들에 비해 가지고 있는 토지가 적으며 중앙(왕실)에서도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는 가문입니다. 현 백작은 에밋 고든, 양 수인이며 약 400세 정도의 나이입니다.